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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KC, 70년 화학 노병의 화려한 변신 | 새만금 투자와 2차전지 핵심소재 국산화 성공

70년 묵은 화학 장인

PKC의 역사는 1954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전쟁의 상흔이 채 가시지 않은 그 시절, 대한민국에 '백광산업'이라는 이름의 화학 회사가 문을 열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꼭 70년 전 이야기입니다.

1954년 설립되어 1976년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한 무기화학제품·특수가스·식품첨가제 제조업체가 바로 PKC의 전신, 백광산업입니다. 오래된 회사라고 해서 낡은 회사는 아닙니다. 반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이 회사는 가성소다(NaOH)와 염소(Cl₂) 같은 기초화학 제품을 꾸준히 만들어 철강, 제지, 석유화학, 식품, 제약 산업 등에 공급해왔습니다.

그러나 2023년 큰 위기가 찾아옵니다. 전 대표이사와 임원이 회사 자금 약 229억 원을 횡령·배임한 혐의로 구속기소되었고, 이 사건으로 거래소 상장 자격에 문제가 생겨 주식 거래가 정지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주주들 입장에서는 날벼락 같은 일이었죠.

하지만 회사는 내부를 정비하고 새로운 경영진 체제로 전환하며 2024년 거래를 재개했습니다. 그리고 2025년, 회사는 또 하나의 큰 결정을 내립니다. 바로 사명을 '백광산업'에서 현재의 'PKC'로 변경한 것입니다. PKC는 'Pai Kwang Chemical'의 약자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새 이름입니다. 옛 이름의 굴레를 벗고, 새 출발을 선언한 셈입니다.


오너 일가 중심의 안정적 구조

PKC의 지분 구조는 전통적인 오너 경영 체제를 따릅니다. 백광산업 시절부터 창업 일가가 지분을 보유해온 구조로, 최대주주 측이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과거 횡령 사태로 경영진이 교체됐지만, 지분 구조 자체는 유지되었습니다.

현재 PKC의 시가총액은 약 3,500억 원 수준으로, 코스피 중소형 화학주에 해당합니다. 외국인 지분율은 낮은 편으로, 국내 개인 투자자 중심의 종목이라 볼 수 있습니다. 소액주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위기를 맡아 새 판을 짜는 윤해구 대표

현재 PKC를 이끄는 인물은 윤해구 대표이사입니다. 전임 장영수 대표가 새만금 투자 계획을 진두지휘했고, 윤해구 대표가 그 바통을 이어받아 실행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윤해구 대표는 "신규 사업 확장을 위한 선제적인 인력 투자에도 불구하고 이익 성장을 달성했다"며 "앞으로도 품질 경쟁력과 생산 역량 제고에 총력을 기울여 주주가치를 높여나가겠다"고 밝히는 등, 내실 성장을 강조하는 스타일의 경영자입니다.

또한 "인건비 증가와 새만금 1공장 투자 등 선행 투자가 단기적으로는 비용 및 재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도 "이는 향후 고부가가치 제품 공급 확대와 실적 성장을 견인할 핵심 기반이 될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단기 이익보다 장기적인 체질 변화를 내다보는 경영 철학이 느껴지는 발언입니다.

PKC


기초화학의 안정성 + 첨단소재의 성장성

PKC의 사업은 크게 세 축으로 나뉩니다.

① CA(클로르-알칼리) 사업부 

CA란 쉽게 말해 소금물(염화나트륨)에 전기를 흘려 가성소다(NaOH)와 염소(Cl₂)를 만드는 공정입니다. 화학 부문은 지류 제조, 철강, 펄프, 직물, 석유화학, 식품, 제약 산업에 사용되는 가성소다, 염산 등을 생산합니다. 매출의 핵심 축이며, 오랜 기간 구축된 탄탄한 거래처가 강점입니다. CA사업은 탄탄한 유통망을 바탕으로 고정 고객을 확보하고 있어 경기 변동에 비교적 안정적입니다.

② 반도체·디스플레이 특수가스 사업부 

PKC는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인 고순도 염화수소(HCl)와 염소(Cl₂) 특수가스를 생산해 삼성전자 등 대형 반도체 기업에 납품해왔습니다. 고순도 염화수소 생산설비 완료로 반도체 공정 소재를 납품하고 있으며, PCl₃와 PCl₅ 생산 역량 강화로 전기차 및 전자기기 배터리 수요 증가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③ 식품·기타 사업부

리신 부문은 Sewon 브랜드 이름으로 동물 사료에 사용되는 리신(아미노산)을 생산하며, 골프 연습장·아이스링크 등 기타 부문도 양호한 수익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현재 매출 비중은 CA 사업이 전체의 70~75% 내외, 반도체 특수가스·소재 사업이 약 20%, 식품 및 기타가 나머지를 차지하는 구조로 파악됩니다. 향후 새만금 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이 비중이 크게 달라질 전망입니다.

가성소다, NaOH (Sodium Hydroxide)
가성소다, NaOH (Sodium Hydroxide)


꾸준히 성장하는 본업, 폭발을 기다리는 신사업

2024년 PKC는 본업에서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갔습니다. 별도 기준으로 매출액이 전년 대비 두 자리 수 성장을 기록하는 등 전반적인 실적 개선이 이루어진 한 해였습니다.

PKC는 2025년 연결 기준 매출액 2,721억 원으로 전년 대비 11.0%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122억 원으로 24.6% 증가했습니다. 별도 기준으로는 매출액 2,691억 원(+12.4%), 영업이익 112억 원(+46.1%), 당기순이익 49억 원(+163.2%)을 기록하며 전 부문에서 개선되었습니다. CA 및 반도체 스페셜티 가스 소재 부문의 매출 증가로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동반 개선된 결과입니다.

2026년부터는 본격적인 변곡점이 예상됩니다. PKC는 2026년 3월 말부터 새만금 1공장에서 2차전지 전해질 핵심소재인 삼염화인(PCl₃)·오염화인(PCl₅) 등 시제품 생산에 돌입하며, 이로써 최초의 국산화 사례가 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증권가는 이번 국산화 성과는 단순한 기대감이 아닌, 짧은 시일 내에 실제 실적과 이익에 반영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더불어 총 1조 500억 원을 새만금에 투자할 계획으로, 2공장까지 가동되는 중장기적 그림이 그려진다면 현재 매출 규모를 훨씬 뛰어넘는 성장이 가능합니다. 회사 자체는 2030년 매출 1조 원 달성에 도전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습니다.

삼염화인 PCl₃ (Phosphorous trichloride)
삼염화인 PCl₃ (Phosphorous trichloride)


국산화 첫 삽 뜨다

PKC 주변에는 투자자들이 주목할 만한 이슈들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① 2차전지 핵심소재 국산화

지금까지 PCl₃와 PCl₅는 전량 중국 수입에 의존해왔습니다. 왜 국내에서 못 만들었을까요? 소재 공정 난도가 높고 국내 공급망이 갖춰지지 않은 탓이며, 수명은 2주~1개월로 짧아 장기간 보관이 여의치 않다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PKC가 이 난제를 풀고 국산화에 나선 것은 산업사적으로도 의미 있는 사건입니다.

② 총 1조 500억 원 규모의 새만금 투자

새만금산단 제6공구 부지 33만8,000㎡에 7,500억 원을 추가 투자해 제2공장으로 반도체 핵심 소재 제조시설을 건설하기 위한 투자협약(MOU)을 체결했습니다. 1공장(2차전지 소재) + 2공장(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의 두 트랙을 동시에 구축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입니다.

③ 미국 IRA 수혜 가능성

중국 의존도를 낮춰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는 전략이 PKC 투자를 이끌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미·중 무역 갈등이 심화되는 환경에서 '탈중국 소재'는 강력한 경쟁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④ 군산시 보조금 지원 확정

군산시로부터 총 181억 원 규모의 지방투자촉진보조금 지원도 확정됐습니다. 지자체의 지원을 받는다는 것은 이 프로젝트의 공신력과 현실성을 높여주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고점 대비 반 토막, 바닥 다지는 중?

PKC의 주가 흐름은 다소 굴곡이 있습니다. 2024년 6월 중순 1만7,000원 안팎에서 거래되던 PKC는 하향각을 그리며 2025년 4월 초순 5,200원대로 주저앉았습니다. 불과 1년 만에 주가가 70%가량 급락한 것입니다. 주된 원인은 2차전지 업황 둔화에 대한 우려, 글로벌 EV 성장 속도 조절, 그리고 전력단가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이었습니다.

이후 2026년 1월 중순부터 상승세를 보이다가 최근 7,000원 안팎을 횡보하고 있습니다. 새만금 1공장의 시제품 생산 소식이 알려지면서 바닥 탈출 시도가 감지되고 있는 국면입니다.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보면, 현재 PKC의 시가총액은 약 3,500억원, PER(TTM)은 35.4배 수준입니다. 신사업 가치가 서서히 반영되어 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기회와 투자 포인트

① 국산화 퍼스트무버 프리미엄

PKC의 새만금 1공장이 가동을 개시하게 되면, 이들 소재에 대한 최초의 국산화 사례가 됩니다. '최초'라는 타이틀은 고객사 선점, 브랜드 구축, 장기 계약 유리함 등 복합적인 강점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② 70년 기술력이라는 해자(垓字)

70년간 고순도 염소·염화수소를 생산해온 기술 기반은 쉽게 복제할 수 없습니다. 이 역량을 PCl₃·PCl₅ 같은 첨단소재 생산에 연결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입니다.

③ 본업의 안정성이 방어막 역할

CA 사업에서 나오는 꾸준한 현금흐름이 대규모 신사업 투자 기간 동안 회사의 재무 버팀목 역할을 합니다.


리스크는 없나?

① 대규모 투자에 따른 재무 부담

인건비 증가와 새만금 1공장 투자 등 선행 투자가 단기적으로는 비용 및 재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총 1조 500억 원에 달하는 투자 계획이 실행되는 과정에서 자금 조달 리스크가 생길 수 있습니다.

② 전력비·원자재 가격 상승

CA 산업은 전력 의존도가 높은 구조로, 2024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전력단가 상승이 원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전기 요금이 추가로 오르면 수익성 훼손이 불가피합니다.

③ 2차전지 시장의 불확실성

글로벌 전기차 보급 속도가 예상보다 느려지거나, 중국 업체들이 PCl₃·PCl₅를 저가에 대거 공급할 경우 PKC의 신사업 경쟁력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종합 평가

PKC는 '70년 기초화학 노병이 2차전지·반도체 소재 기업으로 탈바꿈하는 이야기'를 쓰고 있는 종목입니다. 본업의 안정성과 신사업의 폭발력이 결합된 구조지만, 대규모 투자가 실질 실적으로 연결되기까지 시간과 불확실성이 존재합니다. 새만금 1공장의 상업 생산 개시와 고객사 확보 여부가 향후 주가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가 될 것입니다.


** 이 글은 투자를 권유하는 글이 아니며, 투자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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