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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B세미콘 | 후공정의 숨은 강자, DDI를 넘어 AI반도체 패키징 시장을 노린다

1. 한 번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선 회사

LB세미콘의 역사는 2000년 2월, '마이크로스케일'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됩니다. 반도체 칩 설계와 수동 소자 제조를 목적으로 설립된 이 회사는 초기부터 삼성전자, 히타치 등에 범핑(Bumping)과 테스트 서비스를 제공하며 기술력을 쌓았습니다. 2003년에는 500만 달러 수출의 탑을 수상하며 성장 가능성을 입증했지만, 곧이어 재정적 위기를 맞아 2004년 법정화의 인가를 받는 고비를 겪었습니다.

전환점은 2005년에 찾아옵니다. LG그룹 창업주 구인회 회장의 손자인 구본천 회장이 회사를 인수하면서 새로운 출발을 알렸습니다. 2006년 회사 이름을 'LB세미콘'으로 바꾸고, LG디스플레이의 핵심 부품인 범핑 제품을 80% 이상 공급하는 등 빠르게 성장 궤도에 올랐습니다. 2011년에는 코스닥에 상장하며 명실상부한 중견 반도체 후공정 기업으로 자리를 잡았고, 2017년에는 루셈 주식 양수도계약을 체결하며 몸집 불리기에 나섰습니다.

그리고 2025년,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계열사였던 LB루셈을 흡수합병하면서 범핑, 패키징, 테스트를 아우르는 통합 후공정 기업으로 재탄생한 것입니다. 한 번 쓰러졌다가 LG 계열로 새 출발한 뒤, 지금은 글로벌 무대를 노리는 기업으로 성장한 스토리가 꽤 흥미롭지 않나요?

lb세미콘


2. LG 가문이 이끄는 회사 — 최대주주와 지분구조

LB세미콘은 LG그룹 창업주의 손자인 구본천 회장이 이끄는 이른바 'LB그룹'의 핵심 계열사입니다. 지분 구조를 살펴보면 구본천 회장이 7.67%, 구본완 LB휴넷 대표이사가 5.50%를 각각 보유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눈에 띄는 이름이 하나 더 있는데, 일본 기업인 래피스 반도체(LAPIS Semiconductor)가 12.89%로 단일 최대주주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래피스 반도체는 LB세미콘과 꽤 오래된 인연을 갖고 있습니다. 2004년 LG와 함께 LB세미콘의 모태 법인인 루셈을 설립했던 파트너로, 이후에도 LB루셈 지분을 보유하다가 LB세미콘의 LB루셈 흡수합병 과정에서 신주를 배정받아 현재의 지분율을 갖게 됐습니다. 단순한 재무적 투자자가 아니라 기술적 협력 관계에 기반한 오랜 파트너라는 점이 특징입니다.

이사회는 사내이사 1명(이대교 대표), 사외이사 1명(서승원 전 경기지방중기청장), 기타비상무이사 2명(구본천 회장, 구본완 LB휴넷 대표)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사회 의장은 구본천 회장이 맡고 있습니다.


3. 내부에서 키운 후계자 — 신임 대표이사 이대교

2026년 3월 30일, LB세미콘에 중요한 변화가 생겼습니다. 3년 4개월간 회사를 이끌었던 김남석 대표이사가 사임하고, 이대교가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된 것입니다. 이대교 신임 대표는 같은 날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된 후 이사회 결의를 거쳐 대표 자리에 올랐습니다.

이대교 대표는 1968년생으로, 외부에서 영입된 인물이 아닌 LB세미콘과 계열사를 두루 거친 내부 인사라는 점이 특징입니다. 그는 2023년 3월부터 2025년 1월까지 계열사 LB루셈의 대표이사를 지냈습니다. LB루셈은 LB세미콘이 2025년 2월 흡수합병한 반도체 패키징 계열사로, 이대교 대표는 합병 직전까지 이 회사를 이끌었습니다. 이후 합병이 완료된 2025년 2월부터는 LB세미콘 부문장을 맡으며 내부 체제 정비에 기여해 왔습니다.

전임 김남석 대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25년 이상을 쌓은 반도체 패키징 분야의 외부 전문가였습니다. 그는 2022년 취임 이후 "2027년 매출 1조 원, 글로벌 OSAT 10위권 진입"이라는 비전을 제시하고 LB루셈 합병, AI 반도체 수주, 해외 매출 확대 등의 전략을 추진해왔습니다. 하지만 3년 연속 영업적자라는 실적 부진을 끝내 극복하지 못한 채 대표직을 내려놓게 됐습니다.

이번 대표 교체는 단순한 경영진 교체를 넘어, LB루셈 합병이라는 대형 이벤트를 직접 경험한 내부 인사에게 바통을 넘기며 실질적인 시너지 창출과 실적 반등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이대교 신임 대표가 LB루셈 내부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만큼, 합병 후 통합 과정에서 어느 누구보다 현실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인물이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4. 반도체 만드는 게 아니라 '마무리'하는 회사 — 주요 사업부문

LB세미콘의 사업을 한 줄로 정리하면 "비메모리 반도체의 후공정 전문 기업"입니다. 흔히 반도체라고 하면 설계(팹리스)나 제조(파운드리)를 떠올리지만, LB세미콘은 제조가 끝난 웨이퍼를 받아 실제로 쓸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후공정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구체적으로는 크게 세 가지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범핑(Bumping)은 웨이퍼 위에 아주 작은 금속 돌기(범프)를 올려 칩과 기판이 연결될 수 있게 하는 공정입니다. 패키징(Packaging)은 칩을 외부 충격과 환경으로부터 보호하는 작업이고, 테스트(Test)는 최종적으로 칩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공정입니다.

주요 취급 반도체는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전력관리반도체(PMIC), 이미지센서(CIS) 등입니다. 이들은 스마트폰, 자동차 전장, 가전 기기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부품들입니다.

매출 구성을 보면, 2024년 연결 기준 전체 매출 4,509억 원 가운데 반도체 후공정 사업이 97.0%(약 4,374억 원)를 차지하고, 이차전지 재생 사업이 나머지 3.0%(135억 원)를 담당합니다. 반도체 사업 내에서도 범핑 사업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 별도 기준으로는 전체의 약 92%를 차지합니다. 최근에는 이차전지 재활용(폐배터리에서 핵심 소재를 추출해 재사용하는 사업)도 신사업으로 추진 중이나 전기차 시장 침체로 아직 본격적인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5. 3년 연속 적자, 그러나 반등의 불씨는 살아있다 — 최근 실적과 전망

솔직히 말씀드리면, LB세미콘의 최근 실적은 아름답지 않습니다. 회사 공식 자료에 따르면 매출액은 2022년 5,246억 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세로 접어들어 2023년 4,169억 원, 2024년 4,509억 원으로 2년 연속 5,000억 원을 하회했습니다. 영업이익은 더 아픕니다. 2022년 568억 원의 흑자를 냈지만 2023년 영업손실 127억 원, 2024년 영업손실 188억 원을 기록하며 2년 연속 적자를 이어갔습니다.

2025년 전망도 당초 기대보다 어두웠습니다. 2025년 3분기 누적 기준으로 영업손실이 전년 동기 대비 62.3% 더 커지면서 3년 연속 적자 가능성이 현실화됐습니다. DDI와 모바일 반도체 수요 부진, 재고평가손실 환입 축소, 성과급 충당 등 일회성 비용이 수익성을 짓눌렀습니다.

그러나 2026년부터는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회사 스스로도 "2025년 말부터 긴축경영을 해제했다"고 밝혔고, 2026년 영업이익 흑자전환을 자신하고 있습니다. 증권업계 일부에서도 "체질 개선 스토리가 이어진다면 2026~2027년이 본격적인 실적 회복 구간"이라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LB루셈 합병 시너지 효과가 실적에 반영되기 시작하는 시점이 바로 이 시기라는 점도 기대 요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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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AI 반도체 수주부터 해외 영업까지 — 최근 뉴스와 모멘텀

최근 LB세미콘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2026년 3월 30일 단행된 대표이사 교체입니다. 김남석 전 대표가 사임하고 LB루셈 출신의 이대교가 새 수장으로 올라서면서, 시장에서는 합병 후 내실 다지기와 실적 반등에 방점을 찍은 인사라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다만 교체 당일 주가는 전일 대비 7% 넘게 하락하며 시장이 불확실성을 반영했습니다.

그에 앞서 가장 눈에 띄었던 뉴스는 2024년 11월 발표된 AI 반도체 패키징 첫 수주입니다. 국내 AI 반도체 팹리스 기업으로부터 '팬 인 웨이퍼 레벨 패키지(FI-WLP)'를 수주하고 2025년 2분기 양산을 시작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고객사는 온디바이스 AI에 특화된 400개 이상의 원천 특허를 보유한 곳으로, LB세미콘이 AI 반도체를 패키징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첨단 패키징 시장 진입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또 2025년 2월에는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145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했습니다. 전환가액은 주당 4,285원으로, 이 자금을 반도체 후공정 사업 확장에 활용할 계획입니다.

해외 매출 확대 전략도 주목할 만합니다. 현재 전체 매출의 90% 이상이 국내에서 발생하는 구조인데, 회사는 이를 향후 3년 내에 해외 비중 4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미국 산호세 지사 설립도 검토 중이며, 글로벌 RF 칩 관련 프로젝트와 PMIC 사업 확대 역시 진행 중입니다. DB하이텍과의 전력반도체 공급 협력도 신규 모멘텀으로 꼽힙니다.


7. 저평가 구간일까, 위험 구간일까 — 최근 주가 동향과 밸류에이션

LB세미콘(종목코드 061970)은 코스닥 시장에 상장되어 있습니다. 최근 주가 기준으로 약 4,400~4,900원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시가총액은 약 2,500~2,900억 원 수준입니다. 52주 최고가는 6,100원, 최저가는 2,835원으로 변동폭이 상당히 큽니다. 52주 저점 대비로는 60% 이상 반등했고, 고점 대비로는 약 20% 내외 하락한 위치에 있습니다.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는 PBR(주가순자산비율) 약 0.8~0.9배 수준으로 장부가보다 낮게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는 회사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서 시장이 기업가치를 보수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PER(주가수익비율)은 현재 순손실 상태이기 때문에 의미 있는 수치를 산출하기 어렵습니다. EBITDA 기준으로는 약 720억 원 수준이며, EV/EBITDA는 8배 수준입니다.

증권업계 일부에서는 "현재 PBR 수준은 과도한 저평가이며, 향후 영업이익 흑자전환과 실적 개선이 가시화된다면 재평가 여지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합니다. 다만 흑자전환 시점이 미뤄질 경우 주가 하방 압력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8. 투자 아이디어와 리스크

LB세미콘에서 발견할 수 있는 투자 아이디어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첨단 패키징의 부상입니다. 반도체 미세공정이 물리적 한계에 가까워지면서 성능 개선의 열쇠가 '설계'에서 '패키징'으로 넘어오고 있습니다. AI 반도체, HBM, 고성능 컴퓨팅 칩 모두 첨단 패키징 없이는 성능을 낼 수 없는 시대가 됐습니다. LB세미콘은 이 흐름에 올라타기 위한 기술 투자와 수주 활동을 진행 중입니다.

둘째는 LB루셈 합병 이후의 턴키 경쟁력입니다. 범핑부터 패키징, 테스트까지 원스톱으로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은 글로벌 팹리스 기업들이 선호하는 구조입니다. 합병 시너지가 매출과 수익성에 반영되기 시작하는 2026년 이후가 실적 변곡점이 될 수 있습니다.

셋째는 해외 매출 다변화입니다. 현재 국내 의존도가 90%를 넘는 상황에서, 해외 비중 확대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성장의 새로운 엔진이 될 수 있습니다.

반면 리스크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가장 큰 리스크는 실적 불확실성입니다. 3년 연속 영업손실이 이어지고 있고, 흑자전환 시점이 계속 미뤄지고 있습니다. 2026년 3월 단행된 대표이사 교체도 주목해야 할 변수입니다. 전임 김남석 대표가 추진해온 전략의 연속성이 유지될지, 이대교 신임 대표가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합니다. 

DDI와 모바일 반도체에 대한 높은 매출 의존도(삼성전자와 LX세미콘 두 고객사가 전체의 73% 이상)는 업황 변화에 매우 취약한 구조입니다. 전환사채 발행으로 인한 주식 희석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합니다. 또한 이차전지 재생 사업의 부진이 이어지는 점, 해외 매출 확대 목표 달성 여부가 아직 불확실하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요약하면, LB세미콘은 반도체 후공정이라는 성장 산업 안에서 체질 개선을 추진 중인 기업입니다. 저평가 매력과 첨단 패키징 성장 스토리는 흥미롭지만, 실적 반등이 실제로 가시화되기까지는 불확실성이 높은 구간에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 본 글은 투자 권유를 위한 자료가 아닙니다. 주식 투자에는 원금 손실의 위험이 있으며, 모든 투자 결정과 그에 따른 결과는 투자자 본인에게 귀속됩니다. 투자 전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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