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텍, MLCC로 새 역사에 도전한다
1994년 10월, 인천 남동공단의 한 작은 사무실에서 아모텍이 문을 열었습니다. 회사 이름 AMOTECH는 'Advanced Material On Technology'의 약자로, '신소재 기반의 기술'이라는 창업 철학을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창업 초기에는 정전기와 전자파를 막는 세라믹 칩 부품을 주력으로 삼았습니다. 특히 칩바리스터(Chip Varistor)라 불리는 정전기 방지 부품에서 글로벌 시장 점유율 1, 2위를 기록하며 삼성전자, 애플, LG전자 등 세계 굴지의 기업들에 납품하는 강소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1999년에는 아모트론과 아멕스를 흡수합병하며 현재의 법인 형태를 갖췄고, 2003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되었습니다. 이후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무선통신용 안테나 부품 사업을 키웠고, 자동차와 가전용 BLDC 모터 사업으로도 영역을 넓혔습니다. 수출 비중이 85% 이상으로, 사실상 글로벌 부품 기업의 면모를 갖춘 회사입니다. 2001년 산업자원부 선정 '부품소재 수출 리딩 컴퍼니'에 뽑혔고, 2016년에는 '2억 달러 수출탑'을 받기도 했습니다.
2018년에는 회사의 운명을 바꿀 결정을 내립니다. 바로 MLCC(적층세라믹커패시터) 사업 진출입니다. 이미 보유하고 있던 세라믹 소재 및 공정 기술을 발판으로 삼아, 이른바 '전자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MLCC 시장에 도전장을 냈습니다. 이 결정이 지금 아모텍 투자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이야기의 시작점이 됩니다.
창업주가 30년째 지키는 회사
아모텍의 최대주주는 창업주인 김병규 회장입니다. 보유 지분은 본인 명의 약 16~17% 수준이며, 배우자와 주요 임원 등 특수관계인을 모두 포함하면 27.4% 수준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지분율만 보면 절대적으로 높다고 할 수는 없지만, 30년 넘게 회사를 이끌어온 창업주의 프리미엄과 소액주주들의 분산된 지분 구조 덕분에 경영권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외국인 지분율은 약 5.6% 수준이며, 나머지는 기관과 개인 소액주주들이 분산 보유하고 있습니다.
아모텍은 단순한 단독 법인이 아니라 '아모그룹'의 핵심 모회사 역할을 합니다. 아모그룹은 아모텍을 중심으로 센서·모듈·IoT 사업을 영위하는 아모센스(코스닥 상장), 나노·에너지 소재 사업의 아모그린텍(코스닥 상장), 바이오 분야의 아모라이프사이언스 등으로 구성됩니다. 김병규 회장은 아모그린텍 지분 약 57%, 아모센스 지분 약 62%를 보유하며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입니다.
경영권 승계 문제도 시장의 관심사 중 하나입니다. 현재 자녀들이 회사 경영에 직접 참여하고 있지는 않으며, 향후 경영권 이전 시 지분 분산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장기적으로 살펴볼 대목입니다.
서울대 금속공학 박사 김병규 회장
김병규 회장은 1956년 9월 서울에서 태어났습니다. 서울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금속공학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모두 취득한 이력이 있습니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기업을 세우겠다는 꿈을 품었고, 그 꿈의 실현 방법이 바로 '신소재 개발'이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1983년부터 1993년까지 가족 기업인 제조업체 유유(有有)에서 부설연구소장으로 근무했고, 1991년에는 한러 과학기술부 장관 회의에 중소기업 대표로 참석해 러시아의 아몰퍼스(비정질) 소재 연구소를 방문했습니다. 이 인연이 계기가 되어 1994년 아모텍을 창업했습니다.
1999년부터 현재까지 아모텍 대표이사 회장으로 재직 중이며, 한국산업기술평가원, 전자부품연구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등에서 심사평가위원으로도 활동했습니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는 코스닥상장법인협의회 회장을 역임했고, 현재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이기도 합니다.
2024년 1월에는 기존 각자대표이사 체제(김병규, 정준환)에서 김병규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했습니다. 정준환 전 대표이사가 일신상의 사유로 사임한 데 따른 것입니다.
아모텍 주요 사업부문
아모텍의 사업은 크게 세 가지 축으로 구성됩니다.
첫째는 세라믹 칩 부품(EMC 부문)입니다. 창업 이래 회사의 뿌리가 된 사업으로, 전자기기에서 정전기(ESD)와 전자파(EMI)를 막는 부품을 생산합니다. 칩바리스터, 칩 EMI 필터, 공통 모드 필터(CMF) 등이 대표 제품입니다. 여기에 신사업인 MLCC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25년 예상 매출 비중은 약 20%로 추정됩니다.
둘째는 안테나 부품 사업입니다. 스마트폰의 다기능화와 고집적화 트렌드에 맞춰 무선충전 모듈, NFC 안테나, 위치확인(GPS/GNSS) 안테나 등을 공급합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 등에 안테나 부품을 납품하며 매출 비중이 가장 큰 부문으로, 약 39% 수준입니다.
셋째는 BLDC 모터 사업입니다. 브러시리스 직류 모터(BLDC Motor)는 자동차 에어컨 팬, 가전제품, 전동 공구 등에 사용됩니다. 전장(자동차 전자장비) 부품 비중이 높아지면서 안정적인 매출을 제공하는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으며, 매출 비중은 약 33% 수준입니다.
나머지 약 8%는 기타 부문이 차지합니다. 지금 시장이 가장 주목하는 것은 세라믹 칩 부품 내 MLCC 사업의 성장 속도입니다. 2025년 MLCC 관련 매출은 전체의 약 10%(약 250억 원) 수준이지만, 2026년에는 18%(약 550억 원), 2027년에는 28%(약 948억 원)로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증권가는 전망하고 있습니다.
길고 긴 적자의 터널을 지났다
아모텍의 실적 흐름은 한마디로 '인내의 역사'입니다. MLCC 사업에 6~7년간 1,000억 원 이상을 쏟아부으면서, 매출 성장에도 불구하고 수년간 영업적자가 지속되었습니다.
2024년 연결기준 매출은 약 2,294억 원으로 전년(1,868억 원) 대비 22.8%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약 -239억 원으로 여전히 적자였습니다. MLCC 신사업의 비용 부담이 큰 상황에서 수요 부진까지 겹친 결과였습니다.
2025년은 드디어 전환점이 됩니다. 연결기준 매출은 2,537억 원으로 전년 대비 10.6%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약 55억 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습니다. 당기순이익도 약 79억 원으로 흑자로 돌아섰습니다. 회사 측은 주력 제품 매출 증가와 투자자산 처분이 주요 원인이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전장용 MLCC가 중국 주요 고객사에 꾸준히 납품되면서 2025년 1분기를 기점으로 분기 흑자 기조가 유지되었습니다.
2026년 이후 전망은 한층 밝습니다. 키움증권은 2026년 매출 2,835억 원(전년 대비 +16%), 영업이익 186억 원(전년 대비 +205%)을 예상했습니다. 성장의 핵심은 MLCC 사업의 본격적인 이익 기여입니다. 2026년부터 MLCC 부문이 흑자로 전환되면서, 외형 성장에 따른 레버리지 효과도 뚜렷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보다 장기적으로 2027년에는 매출 3,168억 원, 영업이익 307억 원 수준까지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AI 서버의 쌀' MLCC
아모텍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다시 달아오른 가장 큰 이유는 AI 데이터센터 수혜입니다.
AI 서버 한 대에는 약 3만 개의 MLCC가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반 서버 대비 무려 100배 수준입니다. AI 인프라 투자가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MLCC 수요도 급속히 팽창하고 있습니다.
아모텍은 이 흐름의 직접적인 수혜자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2025년 2월 키움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북미의 주요 반도체 팹리스(fabless) 업체로부터 MLCC 제품 승인을 받았으며, AI 서버용 MLCC 매출이 2026년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특히 광통신 인터페이스(CPO, Co-packaged Optics) 시스템에 부품을 공급하는 고객사와의 협력이 주목받고 있으며, 향후 GPU, ASIC 등으로 공급처를 넓힐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전기차 부문에서도 모멘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 BYD에 대한 MLCC 공급이 재개되었고, 중국 2위 전기차 업체 지리자동차에도 초도 물량 공급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산 MLCC 현물 가격이 최근 약 20% 상승했다는 업계 소식도 아모텍에 우호적인 환경을 만들고 있습니다.
MLCC 매출 구성의 변화도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2025년까지는 전기차 관련 비중이 높지만, 2026년부터는 AI 관련 매출 비중이 30%를 상회하고, 2027년에는 5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모텍 투자아이디어
투자 관점에서 아모텍을 바라볼 때 핵심 아이디어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MLCC라는 거대한 성장 시장에서 초기 단계에 자리를 잡고 있다는 점입니다. AI 서버, 전기차, 5G 통신 인프라 등 세 가지 초대형 수요 축이 동시에 성장하는 국면에서, 소재·공정·설계 기술을 내재화한 중소형 MLCC 업체는 희소가치가 있습니다. 삼성전기, 무라타 같은 대기업이 시장 대부분을 차지하더라도, 그 규모 자체가 워낙 커서 코스닥 중소형 플레이어에게도 충분한 기회가 열려 있습니다.
둘째, 30년 업력이 낳은 기존 사업(안테나, BLDC 모터)이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제공하는 동안, MLCC 사업이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구조입니다. 흑자전환이 확인된 만큼, 시장의 시선이 '언제 흑자가 날까'에서 '얼마나 이익이 늘어날까'로 이동하는 구간에 있습니다.
MLCC의 매출에 대한 의구심이 완전히 해소되고 자동차, AI서버 등으로 확대되는 것을 확인하면 아모텍에 대한 밸류에이션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것이 분명합니다.
* 본 글은 투자 권유를 목적으로 작성된 것이 아닙니다. 주식 투자에는 원금 손실 위험이 따르며,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과 책임하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