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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프에스티(FST), 반도체 소재 국산화의 주역, 다가온 'K-펠리클'의 꿈

1. 38년의 고집, 반도체 소재 외길 

에프에스티의 이야기는 1987년 가을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장명식 창업주는 자본금 단 50만 원을 들고 '화인반도체기술(주)'이라는 이름의 작은 회사를 세웠습니다. 지금의 에프에스티를 생각하면 믿기 어렵지만, 그게 시작이었습니다.

설립 이듬해인 1988년, 이 회사는 펠리클(Pellicle)을 국내 최초로 생산하기 시작했습니다. 펠리클이란 반도체를 만드는 과정에서 포토마스크(반도체 회로 설계도)를 먼지나 오염 물질로부터 보호해주는 얇은 투명 막입니다. 쉽게 말해 반도체 공정의 '방진 필름' 역할을 하는 핵심 소재입니다.

1993년에는 더 짧은 파장의 빛을 쓰는 KrF(크립톤 불화물) 방식의 Deep-UV 펠리클을 개발했고, 1998년에는 온도 조절 장비인 칠러(Chiller)까지 사업 영역을 넓혔습니다. 그 결과 1994년 제8회 벤처기업대상을 수상했으며, 2000년에는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습니다.

이후 회사는 꾸준히 성장하며 2001년 현재의 사명인 '에프에스티'로 이름을 바꾸었습니다. 2011년 오산공장을 준공하고, 2023년에는 자회사 클라넷을 흡수합병하며 사업을 통합했습니다. 2024년에는 창사 이래 역대 최고 매출을 달성하는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현재 경기도 화성시 동탄산업단지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임직원 수는 약 800명 규모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에프에스티


2. 아버지가 세우고, 아들이 잇는다 

에프에스티는 창업 일가가 경영권을 쥐고 있는 전형적인 오너 경영 기업입니다.

최대주주는 창업주인 장명식 회장으로, 2024년 8월 기준 에프에스티 주식 342만 7772주(지분율 15.75%)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장명식 등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3인이 합산 24.26%의 지분율로 회사를 지배하고 있으며, 특수관계인에는 시엠테크놀로지(8.45%)와 장명식의 아들인 장경빈 대표이사(0.06%)가 포함됩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시엠테크놀로지라는 법인입니다. 이 회사는 창업주의 부인 김혜실 씨와 차남 장경록 씨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가족 법인으로, 에프에스티 지분 8.45%를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오너 일가의 영향력은 지분율 수치보다 더 크게 작용합니다.

또한 2021년 삼성전자가 430억 원을 투자하며 약 7%의 지분을 보유한 주요 주주로 이름을 올린 점도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삼성전자가 직접 투자한 협력사라는 사실은 에프에스티의 기술력을 삼성 스스로가 인정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3. 2세 경영인의 등장

장경빈 대표는 에프에스티 창업주인 장명식 회장의 장남입니다. 미국 워싱턴대학교 세인트루이스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칭화대와 인시아드(INSEAD)의 글로벌 MBA 과정을 수료했습니다.

1982년생으로, 부친을 도와 에프에스티의 신사업총괄 담당 임원을 맡아왔으며, EUV 펠리클 검사장비를 만드는 자회사 이솔의 경영총괄 부사장도 겸직해왔습니다. 10년 이상 현장에서 경험을 쌓은 뒤 2022년 3월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됐습니다.

주목할 만한 점은 그의 결단력입니다. 2024년 장경빈 대표는 처음으로 에프에스티 주식을 장내에서 직접 매수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주식 매입이 아니라, 회사의 미래에 자신의 돈을 직접 거는 결기를 보여준 것으로 시장에서 긍정적으로 해석됐습니다.

업계에서는 장경빈 대표를 "도전과 혁신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바꿔 나가려는 의지와 열정이 대단한 젊은 기업인"으로 평가합니다. 회사의 비전인 '2030년까지 매출 1조 원 달성'을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는 인물입니다.


4. 반도체 방진 필름부터 냉각 장비까지

에프에스티는 크게 세 가지 사업 부문으로 나뉩니다.

첫 번째는 펠리클 사업부입니다. 다양한 노광 파장대에 대응하는 펠리클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으며, 소재 기술, 박막 코팅, 프레임 접합, 청정도 제어 등 전 공정에 걸친 독자적인 기술 역량을 기반으로 고객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반도체 펠리클 국내 시장점유율은 약 80%, FPD(디스플레이용) 펠리클은 약 60%로 국내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TCU(온도조절장비) 사업부입니다.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공정 장비에 필요한 정밀 온도 조절 장치를 자체 개발·생산하고 있으며, 공기 냉매·CO₂ 시스템 등 친환경 기술과 극저온 제어 기술 등을 바탕으로 고객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TEL, 램리서치 등 글로벌 반도체 장비 업체들에 공급 중입니다.

세 번째는 APS 사업부입니다. EUV 리소그래피 공정에 필수적인 EUV 인프라 툴 및 검사 장비를 개발·상용화해 온 첨단 장비 전문 사업부로, 토털 EUV 솔루션 프로바이더로 도약하고 있습니다.

매출 비중을 보면, 2024년 기준 펠리클 사업부의 재료사업이 전체 매출의 51%(825억 원), 칠러·반도체 공정 장비 사업부의 장비사업이 47%(755억 원), 임대수입 등 기타 부문이 약 2%를 차지합니다.

펠리클은 노광 공정 시 포토마스크 표면에 이물이나 파티클이 직접 접촉되는 것을 방지하여, 마스크의 오염을 최소화하고 생산 수율 및 공정 신뢰성을 향상시키는 핵심 부품
펠리클은 노광 공정 시 포토마스크 표면에 이물이나 파티클이 직접 접촉되는 것을 방지하여, 마스크의 오염을 최소화하고 생산 수율 및 공정 신뢰성을 향상시키는 핵심 부품이다.


5. 창사 최대 실적에서 더 큰 도약으로 

에프에스티의 실적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터닝포인트'입니다.

2023년은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인해 회사가 약 108억 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한 힘든 해였습니다. 그러나 2024년에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2024년 연결기준 매출은 2374억 원으로 전년 대비 20.1%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22억 8000만 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습니다. DUV(심자외선) 펠리클과 장비 매출이 동시에 늘어난 덕분이었습니다.

2025년 성장세는 더욱 가팔랐습니다. 2025년 상반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연결 기준 매출액이 43.2%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했으며, 당기순손실도 56.0% 감소했습니다.

2026년 이후 전망은 훨씬 밝습니다. 유안타증권 분석에 따르면, 에프에스티의 2026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231억 원(영업이익률 7.5%), 2027년에는 371억 원(영업이익률 10.5%)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히 EUV CNT 펠리클이 본격적으로 양산 궤도에 오를 경우, 이 수치는 추가 상향 조정될 여지도 충분하다는 평가입니다.


6. 일본 독점을 깨는 국산 펠리클 

에프에스티를 둘러싼 가장 뜨거운 뉴스는 단연 EUV 펠리클입니다.

에프에스티는 삼성전자와 EUV 펠리클 공급 단가 확정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며, 이르면 연말부터 제품이 공급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EUV 펠리클은 기존 DUV 방식의 펠리클보다 단가가 수십 배 이상 비싼 초고부가가치 제품입니다.

업계 전문기관 CTT는 에프에스티의 CNT EUV 펠리클이 2026년 2분기 양산 승인, 3분기 시양산, 4분기 본격 양산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습니다. 초기 공급 물량은 약 150장 수준으로 추정되며, 공급가는 1세대 대비 두 배 이상인 장당 6000만 원 이상으로 형성될 가능성도 제기됐습니다.

에프에스티는 또한 핀란드 기업 카나투(Canatu)와 탄소나노튜브(CNT) 멤브레인 상업 생산 독점 계약을 체결한 상태로, 전 세계에서 2세대 CNT EUV 펠리클을 상업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이 현재 에프에스티가 유일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 테일러 팹에도 EUV 인프라 장비가 공급되며 글로벌 공급망 진입이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일본 미쓰이화학 등이 독점하던 EUV 펠리클 시장에 국산 제품이 처음으로 문을 두드리고 있는 셈입니다.


7. 주가는 지금 어디쯤 있을까

2026년 4월 22일 기준 에프에스티 주가는 45,000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52주 고가는 42,150원, 저가는 22,000원으로, 저점 대비 약 70% 이상 상승한 상태입니다. 시가총액은 약 4,000억 원 규모입니다.

주가 흐름을 시계열로 보면 흥미롭습니다. 2024년 하반기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감에 상승하다가 다시 조정을 받은 뒤, 2025년 하반기부터 EUV 펠리클 양산 기대감이 구체화되면서 다시 강하게 반등하는 모습입니다.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는 아직 이익 규모가 크지 않아 PER(주가수익비율) 지표보다는 PSR(주가매출비율) 또는 PBR(주가순자산비율)로 접근하는 시각이 많습니다. 2024년 12월 결산 기준 에프에스티의 자산총계는 5061억 원, 부채총계는 2620억 원, 자본총계는 2441억 원입니다. 현재 시가총액 약 4000억 원은 장부상 순자산(자본총계)과 비슷한 수준으로, PBR 기준으로는 약 1.6배 수준입니다.

이 주식이 비싼지 싼지를 판단하는 핵심 기준은 결국 EUV 펠리클 양산 성공 여부입니다. EUV CNT 펠리클이 본격 양산 궤도에 오를 경우 수율 안정화 이후 해당 라인에서만 연간 2000억~3000억 원 규모의 추가 매출 창출이 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된다면 현재 주가는 오히려 저평가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양산이 지연되면 밸류에이션 부담이 생길 수 있는 구조입니다.


8. 국산화의 꿈과 현실 사이 

에프에스티에 대한 투자 아이디어는 명확합니다.

첫째, 독점적 시장 지위입니다. 반도체 펠리클 국내 점유율 80%, FPD 펠리클 60%라는 숫자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 해자(경쟁 우위)를 의미합니다. 기존 고객사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와의 오랜 공급 관계는 안정적인 매출 기반입니다.

둘째, EUV 펠리클이라는 게임 체인저입니다. 개당 수십만~100만 원 수준인 기존 DUV 펠리클과 달리, EUV 펠리클은 개당 수천만 원에 달하는 초고부가가치 제품입니다. 양산에 성공하면 매출 구조 자체가 바뀔 수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2세대 CNT EUV 펠리클을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이 에프에스티 하나뿐이라는 사실도 강력한 모멘텀입니다.

셋째, AI 반도체 수요 확대의 수혜입니다. AI 칩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첨단 공정 투자가 확대되고 있고, 에프에스티의 칠러와 펠리클 수요도 함께 증가하는 구조입니다.

다만 리스크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가장 큰 리스크는 EUV 펠리클 양산 지연입니다. 반도체 공정은 조그마한 품질 문제도 용납하지 않기 때문에, 삼성전자의 최종 승인이 예상보다 늦어질 경우 시장의 기대감이 실망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또한 현재 주가에는 상당한 기대가 이미 반영되어 있어 단기 변동성이 클 수 있습니다.

두 번째 리스크는 고객 집중도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소수의 대형 고객에 매출이 집중되어 있어, 이들 기업의 설비 투자 축소나 공정 전환이 에프에스티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글로벌 경쟁 심화입니다. EUV 펠리클 시장에서 에프에스티가 선두에 서 있지만, 일본과 유럽의 경쟁 기업들도 기술 개발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기술 선점의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에프에스티는 단순히 '반도체 부품 회사'가 아닙니다. 수십 년간 일본에 의존해온 핵심 소재를 국산화하겠다는 도전의 한가운데 서 있는 기업입니다. 그 도전이 성공할지, 아직 시간이 필요한지를 지켜보는 것 자체가 흥미로운 투자의 여정이 될 것입니다.


* 본 글은 에프에스티에 대한 정보 제공 목적의 분석 글로,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를 권유하거나 추천하지 않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으며, 모든 투자 결정과 그에 따른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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